




모험을 떠난 개 앙팡이, fairy tale book, 210x297mm, 2016~2018
자살에 관한 리서치를 하면서, 자살에 대한 여러가지 사례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사로잡은 이야기는 '동물들의 자살'이었다.
특히 자살은 인간의 권리가 아니라는 주장은,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주제로 다가왔다.
영국 오버턴 하우스 옆에 있는 다리에서, 1995년부터 그 곳을 찾는 수 많은 강아지들이 갑자기 뛰어내리는 일이 일어났다.
현재까지 50여 마리의 강아지들이 자살로 사망했으나, 뚜렷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절벽 밑에 있는 ‘밍크(족제비과 짐승)’의 배설물이 강아지들의 후각을 자극해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였으나, 이 역시 완벽한 결론은 아니었다.
이 기사를 접하게 된 후, 강아지 한 마리가 떠올랐다. 비 오는 날 집을 나간 개, 앙팡이.
앙팡이는 연인이 작업실에서 키우던 강아지였다. 이미 두 번이나 버림을 받고 결국엔 그곳으로 간.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일 때문에 3일간 작업실을 비워야 했다.
나는 그를 따라 함께 일을 갔다) 그런데 함께 작업실을 쓰는 사람이 주인이 없을 때 절대로 강아지를 풀어놓아서는 안된다며
화장실에 가두어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앙팡이는 3일간 화장실에 갇혀 지내야만 했다.
그리고 연인이 돌아 오던 날, 앙팡이는 그 많은 비를 맞으며 집을 뛰쳐 나가버렸다고 한다.
앙팡이는 내 몸에서 나는 개냄새 때문인지
나 역시 그 당시에 개를 키우고 있었는데, 하필 피부병이 악화된 노견인지라 개비린내가 진동하는 상태였다. 덕분에 그 당시의 나는 항상 온 몸에 개비린내가 났었다.
나에게 무척이나 친근감을 표했다. 그렇게나 나를 좋아해 주었는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것도 해주지를 못하였다.
그 소식을 듣고는 개장수에게 잡혀가지는 않았을까 전전긍긍했을 뿐.
“ 자살을 선택하게 하는 건,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한 강요일지도 몰라. ”
그 후의 앙팡이가 새로운 주인을 또다시 찾았는지 혹은 개장수에게 팔려 잡혀 갔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나는 이 사건이 앙팡이를 삶의 끝자락에 내몰리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험을 떠난 개 앙팡이는, 늘상 슬픈 얼굴을 한 채 사람만 보면 좋아했던 앙팡이.
그리고 실은 과거의 나 역시 끝까지 책임을 지지 못해 떠나 보내야만 했던 강아지들
또 어디에선가 버림받아 가야 할 곳을 알지 못하는 강아지들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