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my friend, Photography, 2023~

칼바람에 눈물이 맺혔던 23년 겨울, 친구들과 함께 코스프레 축제가 열리는 도시로 향했다. 아마도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중학교를 입학한 직후였던가,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낯선 세계로 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개찰구 앞에서 가발 망과 씨름하며 만화책에서나 보았던 캐릭터의 옷을 걸친 채 도착하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이들…. 그때의 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그때 보았던 것들이 다시금 나를 찔렀다. 변하지 않은 건 나였던가?
6년 전, 특정 문화와 그로부터 파생된 것들은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불행히도 대체할 것을 찾지 못했던 나는, 공공연한 비난의 얼굴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대체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 겨울 이후 코스프레 축제에 매료되어 줄곧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오늘은 주홍빛 머리칼을 가진 여자아이, 다음엔 묵직한 꼬리를 단 요괴 혹은 부드럽고 큼직한 망토를 걸친 마법사. 무엇이든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그들이 좋았다. 하지만 동시에 코스튬 아래 가려진 무언가가 보고 싶어졌다. 무한히 변화하지만 대체할 수 없는 내밀한 얼굴들. 어쩌면 카메라를 빌려 하지 못 했던 말들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여기, 나의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가 있어요.
/ 제목은 Tommy Heavenly6의 노래 제목을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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