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랜드, Photography and Drawing, 2023~

동대문 완구거리는 대한민국 최대의 완구, 문구 시장이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가게 된 그곳에서, 끝도 없이 장난감이 쏟아지는 풍경을 보며 훌륭한 예술가인 동시에 자신만의 장난감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키우게 되었다. 그리곤 방 안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장난감을 늘어놓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빠가 떠나가자, 나는 이 행위에 완전히 몰두하게 되었다.
삶에 지쳐갈 때 즈음이면 무언가에 이끌리듯 완구거리를 찾아갔다. 방영되는 만화에따라 장난감들은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되었고, 사람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어갔다. 나 역시 예전과 같을 수 없었다. 시장의 출입구가 어디인지 정도는 능숙하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 그림을 포기하고 카메라를 들었으며, 온라인에서 장난감 장사를 하게 되었다.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그럭저럭 꿈을 이룬 어른이 된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인형과 피규어가 들어있는 보관함을 열어 팔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들을 나누곤 한다. 이들을 전부 떠나보내는 날 진정한 자유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빈 자리는 결국 새로운 장난감들로 채워진다. 이 지독한 굴레의 시작을 더듬으며 어린 시절의 사진을 꺼내보다 아빠와 단둘이 ‘드림랜드’라는 글자가 적힌 오리배를 타고 있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 놀이공원에서 미아가 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사진 속 그 순간이었을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혹시 지금도 미아처럼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현실과 저 멀리 어딘가로 도망친 장소 사이에서, 고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어른들과 장난감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동심 사이에서, 팔 수 있는 장난감과 팔 수 없는 장난감 사이에서⋯
책상 앞에 앉아있을 때면 종종 장난감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이제는 그들의 언어를 잊어버려 명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지만, 어떤 마음만은 느낄 수 있다.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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