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od & Waiting Please!!, Photography and Drawing, 2024
1.
20여년 만에 아빠와 연락이 닿았다. 오랜 시간 단 한 번도 채워진 적 없었던 부재를 맞이할 시간. ‘아빠’라는 단어는 차마 사용할 수 없어 이름을 적어 보냈다. 나야, 한 번 만났으면 싶어. 그러나 삶은 늘 그렇듯 엇나가기 일쑤고,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아주 약간의 운일지도 모른다. 메시지가 쌓여갈수록 내 안의 무언가는 점점 더 깊숙이 미끄러져 내려갔고 수수께끼 같은 그의 말을 해석할 힘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용감하네 :
Good & Waiting
Please!!
수수께끼 놀이를 하기에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버린 탓일까? 어쩌면 메시지를 보낼 타이밍을 잘못 잡았던 걸지도 모른다. 서로 준비가 되었을 때 -그러니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운이 따라주는 순간이 오면, 다시 연락할게. 건강히 잘 지내.
2.
야수가 나를 부른다! 그래서 집을 나섰고, 벌말공원으로 향했다. 그 날은 승과 승의 동생 수, 또 처음 보는 아이들이 네잎클로버 찾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승은 네잎클로버 찾기의 달인이었고, 그 날은 무려 두 개의 네잎클로버를 찾아냈다. 나 역시 다년간 은밀하게 네잎클로버 찾기 훈련을 해 온 사람으로서 그간의 시간이 부끄럽지 않게 가장 큰 네잎클로버 하나를 찾아냈다. 그리고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주워 개미집을 만들어주는 승과 수의 모습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나에게 개미를 보여주기 위해 개미굴에 나뭇가지를 마구 쑤셔댔다!) 곧 6시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 갈 시간이다. 저는 5시 이후에 맨날 나와 있어요 / 그럼 다음에도 그 때 즈음 올게, 또 보자! 나는 그 날 이후 몇 번이나 더 공원을 찾아갔지만 승과 수를 만날 순 없었다. 날씨가 무더위서, 장마가 시작 되어서,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 아니, 그날따라 운이 따라주어 아이들과 만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허나 왜 인지 다음번에는 다시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
얘들아, 너희는 무엇을 찾고 있니?
세 잎 사이에 꽁꽁 숨겨져 있는 네잎클로버?
나뭇가지로 쿡쿡 찌르면 개미가 쏟아져 나오는 개미굴?
있지, 난 어떤 사람을 찾고 있어.
혹시 나 보다 먼저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너희가 대신 소식을 전해줄래?